[칼럼]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로 보다 나은 비즈니스 구축하기
ESG(환경·사회·거버넌스)와 탄소중립이 세계 제조업의 새로운 핵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규제와 제도가 마련되는 추세다. 2022년 12월 16일에도 대한상공회의소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개최하며,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기술인 CO2 포집기술 도입 시 공정 특성을 반영한 배출허용기준 마련 계획을 세웠다. 전 세계 경제질서가 ESG와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환경이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혁신과 지원을 병행하기 위함이다.
설계는 언제나 성능, 비용, 품질의 세 가지 측면에서 균형이 이루어져 왔지만, 이러한 기준은 제품 수명 전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가장 복잡한 시스템에서도 제품의 모든 환경적 영향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이 추가돼야 한다. 효과를 볼 수 있는 해결책은 단 하나뿐인데, 바로 처음 설계할 때부터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다. 제품이 수명주기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 중 거의 80%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결정된다. 즉 사용되는 재료, 제조 방식, 에너지 효율성, 그리고 제품의 유용성이 사라진 후 처리 방안 등을 모두 고려해서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추가적인 사업 지표로서 구축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삼아야만 경쟁 업체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설계하려면 제품의 재료, 에너지 사용, 제조 공정, 예상되는 자원 소비에 대한 인사이트 등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설계자는 공급업체, 유통업체, 물류 제공업체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 수익성, 성과 및 품질 목표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데이터와 디지털화는 설계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 방식의 핵심으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of the digital enterprise)을 활용해 이점을 가져온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달성하려면 시스템 접근 방식, 연결된 산업 생태계 및 전체적인 지속가능성 지표를 기반으로 제품 설계를 재구상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2022년 5월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AI)을 기초로 한 스마트공장 공급기술의 고도화를 목적으로 하는 ‘스마트 제조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2026년까지 총 3160억원을 투입할 것을 발표하는 등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상공간에 공장을 지어 돌리는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이 육성 기술에 포함됐다.
복합 시스템 설계부터 시작하기
시스템은 전자 장치 속 집적 회로처럼 정밀할 수도 있고, 혹은 제품이 배치될 환경처럼 규모가 클 수도 있다. 대부분의 최신 제품은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분야가 많아 단일의 시스템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대신 복합 시스템(system of systems) 설계로 간주된다. 프로젝트 작업을 하며 다양한 분야를 조정하려면 초기에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개별 시스템을 최적화한 다음 상호 작용 방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러한 강력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제품의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이다. 선박용 프로펠러의 경우 블레이드 피치(blade pitch)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면 유체역학적 효율이 향상될 수 있으며, 엔진과 그 사이의 모든 시스템에 의존해서 충분한 동력 전달과 작동 중 탄소 배출 사양 유지를 수행한다. 이러한 다분야(multi-disciplinary) 최적화 방식은 보다 적은 리소스로 신속하게 최선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
생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품의 생산 방법, 물류 비용, 수명, 순환 경제 적합성 등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도 가치 있는 작업이다. 초기 탐구는 보다 지능적으로 정의된 설계 공간을 제공하며, 이 공간을 실행 가능성, 높은 수익성, 지속가능성과 연결해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요구사항과 평가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엮여 있어야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재료를 선택할 때 제품 성능을 위해 강도 대 중량비(strength to weight ratio)가 우수한 재료를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재활용 가능성이 뛰어난 재료가 있다면 예상 탄소(CO2) 배출 비용이 큰 재료는 굳이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폐기물 최소화를 위해 3D 프린팅과 같은 특정한 제조 공정을 통해 부품을 설계할 수도 있다.
연결된 산업 생태계에서 정상 궤도 유지
설계 단계에서 올바른 지속가능한 결정을 내리려면 가장 정확하고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에 액세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급업체의 확장된 네트워크, 물류 운영, 에너지 인프라를 포함하는 진정으로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집단지성을 제공한다. 또한 시뮬레이션, 제조, 가치 사슬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에 전달할수록 실제 세계를 표현하는 정확도 역시 점점 높아진다.
통신 생태계는 전체 가치 사슬을 포괄해야 하며, 조기에 구축되어 공급업체, 유통업체 및 기타 파트너와 데이터를 교환하고 작업을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설계자는 계약된 하위 시스템과 재료에 대한 원시 정보(sourcing information)에 직접 액세스할 수 있다. 동시에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구축된 강력한 제품 수명 주기 관리 시스템(product lifecycle management system : PLMS)은 기업의 가용 리소스를 고려하면서도 모든 엔지니어링 작업을 함께 결합해 오늘날의 복잡한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고립된 프로세스들을 통합하면 더욱 우수하고 지속가능한 제품을 보다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잘 연결된 산업 설계 생태계는 설계와 가치 사슬 사이에 피드백의 순환(loop)을 제공한다. 기계 설계자가 초기 설계 반복(iterations) 과정에서 하나의 알루미늄 합금을 중심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요청했더라도, 공급업체는 비슷한 속성을 가지면서도 기존 인프라 내에서 출력 가능성이 더 높은, 살짝 다른 합금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합금으로 변경하는 쪽으로 사업 결정이 내려지든, 혹은 처음의 합금에 안정적인 출력이 가능한 다른 제조 공급업체와 계약하는 쪽으로 결정이 내려지든, 이러한 새로운 데이터 포인트는 결국 향후의 반복 연산을 위한 집단지성에 추가된다.
공급업체의 결정은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공급업체는 풍력, 태양열 또는 기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근접해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공급업체는 지리적으로 운송 및 물류로 인해 배출을 제한하는 나머지 제조 공정과 가까울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지표는 전체 가치 사슬에서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협업은 가치 사슬을 제품 수명 종료까지 확장하는 등 순환성을 추구할 수 있다. 한층 강한 재료를 선택하면 재사용 또한 용이하다. 강한 부품을 제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울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에너지 집약적 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의사 결정의 양과 다양성 때문에 지속가능한 설계에 있어 디지털화와 시뮬레이션의 중요도가 커졌다. 디지털화와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단순한 의사 결정은 자동화하고, 복잡한 의사 결정에는 보다 뛰어난 인텔리전스(intelligence)를 주입할 수 있다.
전체적인 지속가능성 지표를 통해 설계를 더욱 최적화하기
마지막으로, 제품 수명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결정 사항을 재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성 목표를 계속해서 가시화하려면 초기부터 전체적인 지속가능성 지표가 다른 요구조건과 함께 디지털 트윈에 통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단 및 환경 조건을 수집하는 물리적 센서를 설계에 포함해 제조, 운송, 운영 과정의 탄소 발자국과 재료 비용에 대한 데이터까지 모아야 할 수도 있다. 더 큰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면 디지털 트윈에서 생성된 모델에 의존하는 가상 센서를 포함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물리적 센서는 시뮬레이션 모델에 정보를 제공해 초기 결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제공하며, 동시에 가상 센서와 모델이 복잡한 시스템에서 지속가능성 지표를 보충하고 추론한다. 이러한 지표는 설계, 제조, 운영 간의 폐쇄 회로(closed-loop)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다음 단계의 지속가능한 설계 준비하기
지속가능한 설계는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전체 가치 사슬에 걸쳐 이루어지는 제품의 설계, 제조, 운영에 대한 의도적인 의사 결정이다. 이를 통해 물질, 에너지, 또는 그 밖의 자원을 최소화하여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복합 시스템 설계 접근법으로,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복잡한 제품 제작에 필요한 각종 다양한 분야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복합 시스템 설계 접근법은 기업과 외부 플랫폼을 모두 아울러 중요한 실시간 데이터 흐름을 촉진하는 산업 설계 생태계를 기반으로 구축돼야 한다. 또한 전체적인 지속가능성 지표를 포함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사업 목표와 함께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제품은 의도적으로 구성한 지속가능한 설계에서부터 시작된다.
■ 오병준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한국지사장이다. IT 업계에 30여년 이상 몸 담으며 쌓아온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비즈니스 및 기술 전문성을 구축해 왔다. SAS 코리아 대표 이사를 지냈으며, 오라클 코리아, 테라데이터 코리아, IBM 코리아 임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 기사 내용은 PDF로도 제공됩니다.
작성일 : 2023-04-03